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부산이라, 온라인상에서나 영상 매체에 부산이라는 말이 나오면 무조건 관심을 가지고 보는 습관이 있다. 하루는 온라인상에 올라 있는 부산 공간화랑 대표 신옥진 씨에 대한 칼럼을 읽고 많는 것을 깨닫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신옥진 씨는 부산 공간화랑의 대표다. 흔히 그는 그림을 기증하는 화상(畵商)’으로 불리는데,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박물관, 경남도립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에 800여점(총 시가 30억 원 이상) 이상을 기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에도 기증을 시작해서 1년만에 벌써 모두 53점을 보냈다.

  그는 2017년도를 기준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기증자 10명 중 최다 기증자로서 125일 국립현대미술관 기증자 축제에서 망설임에서 결정까지를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그 강연에서 신 대표는 기증의 가장 큰 기쁨은 '나 자신'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뜻하는 바를 이렇게 설명했다. “갈등을 이겨 내고 나면 내가 나를 극복했다.’는 쾌감이 오지요. 그 희열은 말로 다 표현을 못해요. 게다가 '내가 미술 덕에 밥 먹고 있는데, 미술에 고마움을 표시했다'는 자부심도요.” 라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그는 너무나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가 그림을 기증할 때의 원칙은 일반인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그 원칙이란 내가 아끼는 작품부터 기증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중 가장 아끼는 것은 이우환의 1977년 작 선으로부터라는 작품인데, 20호짜리 과슈(불투명 수채 물감) 작품으로 5년 전 일본 경매에서 사들여 안방에 걸어놓고 보던 것이었다. “이런 것을 기증할 때는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해요. 싫증 난 작품을 기증하면 덜 아깝긴 하겠지만 기증받는 쪽에 실례지요. 나는 직업 화상이니까 안목으로 먹고사는 셈인데, 그저 그런 작품을 기증했다가 저 사람이 저 정도 안목밖에 없었나!’ 하면 창피하기도 하고.” 라며 말끝을 흐렸다.

  2009년에는 아예 기증할 목적으로 일본 근·현대미술작 100여점을 사들여 부산시립미술관에 내놓았다. 내 고향 미술관에 다른 곳과는 다른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증할 작품을 골라내 포장하고 있자면 손이 바들바들 떨려요. ‘이 아까운 걸 공짜로 내놓다니 내게 정신병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요. 기증은 아무리 오래 해도 면역이 안 생깁디다.” 그는 지난 십수년동안 총 850점 이상의 미술품을 기증했지만 보낼 때마다 아까워 손이 떨렸다.” 고 말한다.

  1975년부터 화랑을 경영하고 있는 그가 본격적으로 기증을 시작한 것은 1998년 결핵 후유증으로 크게 앓으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곧 죽을 줄 알고 주변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 박수근 스케치, 장욱진 수채화 등 50여점을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했어요. 그런데 막상 살아나고 나니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묘하게도 처음 기증이라 부족했으니 앞으로는 제대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며 처음 기증할 당시를 회상했다.

  “지은 지 40년 돼, 불도 잘 안 들어오는 30평 아파트에 사는데, 기증할 때마다 고민합니다. ‘차라리 이 그림을 팔아 새 아파트로 옮길까?’ 그렇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매일 자기 앞만 닦다가 죽는다면 그 삶은 너무나 안이한 것 아닐까요.”라며 웃어보였다.

  신옥진씨는 늘 떨리는 손으로 기증할 물품을 포장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까워하는 마음을 이겨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가장 아끼는 것을 남에게 기증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잠시 생각했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가장 아끼시던 유일하신 아들 예수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주셨는데,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 주님께 드리고 있는가?’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아끼는 것을 나누어 주며 기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라며 스스로 반문했다.

  우리가 사는 삶은 결정까지 많은 망설임의 연속이다.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그 결과가 나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늘 망설인다. 하지만 내가 아까워하는 것을 아낌없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고자 결심할 때, 그 결과는 예측 가능하며 나에게 늘 기쁨이라는 이익을 준다. 나의 삶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결정까지 망설임의 연속이 아니라, 결정이 주는 기쁨의 연속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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